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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 반하다]산불 진화 숨은 주역들 산불의 엄중함을 말하다


 

해마다 산불이 일어나고 있다. 기후 변화로 대형화 추세까지 보이고 있다.

산불의 위험성은 누구나 공감하면서도 정작 산불 피해 지역이 산불 발생 당시 어느 정도로 고통받았는지, 또 이후 얼마나 황폐해진 환경이 진행되는지 잘 모른다.

지난해 5월 31일, 밀양시 부북면에서는 경남 단일 지역으로 최대 규모의 산불이 났다.

산불에 특히 유의해야 하는 계절을 맞아 이곳을 찾아 최초 신고자와 주민을 만났다.

글 박정희 사진 김정민·경남도

 

이례적 초여름 산불, 축구장 900여 개 이상 규모 면적 불타

 

2022년 5월 31일 밀양시 부북면 춘화리 산 13-31일대 산에서 불이 났다. 부북면, 상동면 일대 7개 마을 주민 수천 명이 대피했다. 산림당국의 공식발표에 따르면 나흘만인 6월 3일 주불 진화는 완료됐다. 인명피해는 없었으나, 피해 면적은 660.82ha에 달했다. 축구장(7140㎡) 900개 이상 규모에 달하는 산림이 불탔다. 수개월에 걸쳐 산불 원인 조사가 이뤄졌지만 이후 오랫동안 조사받던 주민이 숨졌을 뿐, 주민들은 명확한 원인을 알지 못했다.

 

참혹했던 당시 생생한 증언…아직도 끝나지 않은 피해

 

지난달 1일 만난 김진오(54) 화산마을 이장과 박재현(41) 새마을지도자, 손태윤(52) 마을 임원은 당시의 참혹했던 상황을 전하며 다시는 되풀이되지 말아야할 재난이라고 입을 모았다.

 

“청소를 하다가 우연히 산을 봤는데 옥교산(해발 538m) 중턱에서 연기가 나더군요. 얼른 신고했죠. 당시 산림당국도 나름대로 빨리 대처했으나 발화지점이 산중턱이니 진화차량이 진입할 수 없었어요. 게다가 당시 밀양은 몇 개월간 비가 오지 않아 매우 건조했고, 바람도 거세 순식간에 불이 번졌습니다. 40년간 불 난 적이 없는 이 일대의 비극이 시작됐습니다.”(김진오)

 

“살면서 그런 광경은 처음 봤습니다. 불길이 500m씩 이 능선 저 능선으로 날아다니더군요. 최초 진화대가 출동하기 전 5부 능선이 다 탔더라니까요.”(박재현)

 

“인명피해가 없다고 알려졌지만 당시 마을 초입까지 불이 나서 민가와 축사 모두 위험했습니다. 특히 마을 뒤 대나무숲에 불이 옮겨붙으면 정말 큰 일이라고 생각해서 마을청년회가 중심이 돼 밤새 물통을 지고 나르며 물을 뿌렸습니다. 정말 잠 한숨 못 잤습니다.”(손태윤)

 


 

소나무 군락 잿더미, 죽어가는 나무들, 산사태 위험

 

현장을 보여달라고 했다. 마을회관 위에서 바라본 옥교산은 화마가 할퀴고 간 상처가 선연했다. 불탄 산림의 뼈대만 앙상했다. 차를 타고 마을 인근을 돌았다. 멀미가 날 정도로 차량 한 대도 오가기 힘든 길이었다. 산 초입 소나무 밑동이 시커멓다. 이런 나무들은 결국 죽는다고 한다.

 

귀촌한 어느 양봉농가는 당시 불길에 휩싸여 정말 위험했는데, 자체적으로 뚫어놓은 지하수 관정 덕분에 생명의 위협은 피했다고도 했다. 하지만 벌은 죽어 나갔고 재산 피해는 막대했다. 그나마 이렇게 마을입구까지 불이 번졌는데도 인명피해가 없었던 건 주민들의 숨은 노력 덕분이었다.

 

“청년회 중심으로 자치대를 만들었죠. 시청직원과 산불전문예방진화대, 산림청 소속 특수진화대는 주불 진화 후에도 잔불을 잡기위해 남았는데, 그분들한테 배워서 밤새 물을 공급하고 물을 뿌렸습니다. 마을마다 있는 비상 급수전도 큰 역할을 했습니다.

 

불이 나면 결국 물이 문제인데 소방차량이 싣고 오는 물은 한계가 있거든요. 당시에도 마을의 비상 급수전에서 1톤 물통에 일일이 물을 실어 날라 도움이 됐지요.”(김진오) 

 


 

“산불은 생태계 위협…임도 확보 절실”

 

당시 마을 주민들은 지리를 모르는 진화대원을 위해 안내를 도맡아했다. 특히 18명의 청년회는 상황 전파조, 물 싣는 조, 불 끄는 조로 나눠 뛰어다니느라 쉴 틈이 없었다. 그야말로 숨은 공로자였다.

 

김 이장은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며 이렇게 덧붙였다. “불은 비극적이었으나 당시 정말 많은 분들이 도움주셔서 고마웠습니다. 지금은 산사태 사방공사도 이뤄지고 있고, 행정안전부가 이곳을 주목해 ‘산불에 강한 마을가꾸기 사업’에도 선정될 것으로 보여 앞으로 많은 도움이 될 듯합니다. 아쉬운 점은 임도 확보입니다. 보셨다시피 마을마다 자체적으로 불을 끌 수 있는 기본 장비는 있습니다. 결국은 접근성입니다. 첨단 장비도 중요하지만 차량 2대가 교행할 수 있는 길만 있어도 산불예방과 조기진화에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출처:경남공감(https://www.gyeongnam.go.kr/gonggam/index.gyeong?menuCd=DOM_000001508000000000&gg_depth1=03&gg_depth2=02&ggSeq=39942&ggVolumeAndNewOldStatus=120%3A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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